도구의 즐거움, 그리고 런던에서 생활용품 쇼핑하기

comments 2
London / Shop

_64A1410

새로운 도구를 즐겨 사용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정을 붙이면, 혹은 익숙해지면 그것만 고집하는 편이라 ‘신제품’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살림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고는 새로운 도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필요에서라기 보다는 부엌에, 식탁 위에, 화장실 한 켠에 놓아두면 예쁘겠다는 아이템들을 하나 둘 들이기 시작했는데, 뜻밖에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도구란, 참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아이들이더군요.

할인하는 치즈 그라인더 하나를 샀더니 파스타를 더 맛있게 해먹게 되었고, 키친용 브러시를 사 놓았더니 그릴 닦기 귀찮아서 후라이팬에 고기를 그냥 굽는 일은 덜해졌고, 키친용 브러시를 하나 더 사서 화장실에 놓았더니 세면대 청소를 더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탐내고 있던 팔콘의 콜렌더(채소 등의 물을 빼는데 쓰는 체)를 사고는 괜히 샐러드를 한 번 더 해 먹게 됩니다. 없는 살림에 과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러 보여주기 용으로라도 자주 사용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도구들 덕분에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도구 쇼핑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세일기간이지요. 섬머세일, 그리고 복싱데이를 전후로 한 윈터세일 기간에는 그동안 눈독을 들여 놓았던 아이템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자주 드나들다 보면 세일기간이 아닌 때에도 떨이 상품을 저렴하게 들고 올 수 있습니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역시 콘란숍Conran Shop입니다. 콘란숍의 가구나 패브릭 제품들은 모조리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고급 제품들이지만 리빙 아이템의 경우에는 구석구석 뒤지다보면 꽤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들도 발견되어서, 그런 것들을 10파운드 전후 가격으로 데려오곤 합니다. 반드시 무언가를 사러 가지 않더라도 콘란숍에 디스플레이된 아이디어 제품들, 아름다운 식기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 있습니다. 첼시의 미셸린 하우스에 있는 콘란숍에 둘이 들어가 지하에 내려가서는 각자 명품 손톱깍기, 명품 연필깍기, 디자인 손목시계, 나무로 만든 칫솔, 고급 린넨 티타월, 아름다운 커트러리 세트 등을 뚫어지게 관찰하거나 만지작거리다가, 서로가 발견한 아이템을 구경시켜주고 나오는 것이 우리의 기분전환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킹스로드에서는 첼시가드너Chelsea Gardener 힐스HEAL’S에 들렀다가 안트로폴로지Anthropologie에서 마무리하는 (그리고 배가 고프면 웨이트로즈의 로스티드 치킨 한마리를 들고 오는) 코스, 시내에서는 굿지스트릿 역에서 내려서 길 건너편의 하비타트Habitat와 힐스 빌딩에 들러서 구경을 하고 토트넘코트로드 방향으로 내려오며 줄지어있는 리빙숍들을 하나하나 들르는 (그리고 또 배가 고프면 잇수 클로징 시간에 맞춰가서 50%할인된 스시들을 집어들고 오는) 코스, 마릴본에서는 콘란숍에서 시작해서 스칸디움Skandium라플로마제리LaFromagerie에에 들러 카페에서 파는 저렴한 식기들과 치즈 구경까지 하고 오면 뭐 하나 사지 않아도 그렇게 배가 부를 수가 없습니다. 아참, 최근에는 보로마켓에 있는 보로키친의 쿡샵Borough Kitchen에서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파스타 담아 놓을 유리병과 샐러드용 집게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단지 윈도우 쇼핑이 목적이 아니라 특정 아이템이 목적이라면 주방용품에 한해서는 디베르티멘티Divertimenti가 단연 최고이지 않을까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곳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3~4 파운드짜리 저렴한 아이템부터 르크루제, 스토브, 자스 세라믹스 등의 브랜드 식기류까지 매우 다양한 제품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The Author

A Seoul-based freelance writer and researcher working on press and commercial projects. A Culture vulture and art gazer living and loving in London as a temporary Londoner. [email - me@kiinni.me]

2 Comments

  1. 안녕하세요 우연히 들리게된 이 홈페이지 덕분에 많은걸 배우고 느끼는 사람 입니다 .

    위트있는 글들이 제게는 너무나 즐겁고 지나왔던 제 삶을 되 돌아보게되었습니다 .

    아직 블로그에 쓰신 글들을 다읽어보지는 못했지만 , 요즘은 글을 안쓰시는것 같으셔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comment 드리게 되었습니다 .

    어디 아프신건 아닌지 .. kiinni 블로그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지고있습니다 .

    많은 영감을 받으며 , 많은 지식을 쌓게 도와주세요 ( 글 써주세요 … )

    늘 행복하시구 건강하세요 happy new year :-)

    • :) 감사합니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고, 저도 반성하게 되네요.
      블로그는 잘 돌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돌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