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맛집s] 런던에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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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London
London, Ippudo, Tonkotsu Ramen

London, Ippudo, Tonkotsu Ramen

영국의 겨울은 참 스산합니다. 한국같이 영하로 떨어져서 칼바람이 불거나 눈이 펑펑내리는 일은 거의 없지만, 흐린 날이 많고 오후 서너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니 해 볼 일은 손에 꼽게 됩니다. 난방도 되지 않는 집 안에서 매일 창밖을 내다보고 있자면 울적해지기 십상입니다. 그럴땐 뜨끈한 국물이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그런 날에는 일본식 라면을 끓여 먹곤 합니다. 시내에 나가는 날이면 피카딜리 서커스에 있는 재팬센터에 들러 되도록이면 원산지가 남쪽(후쿠시마와 먼 지역)인 인스턴트 돈코츠 라멘을 사다 놓습니다. 그리고 항상 냉동실에는 갈아놓은 쇠고기를 챙겨두고, 왠지 라면에 위로받고 싶은 날에는 고명을 열심히 준비합니다. 먼저 해동한 쇠고기를 간장, 참기름, 마늘, 약간의 알콜을 넣어 재웠다가 후루룩 볶아 두고, 달걀은 반숙과 완숙 사이로 삶아서 반을 쪼개어 놓고, 스프링 어니언을 쫑쫑 썰어두고, 불린 미역이나 마른 김도 있으면 좋습니다. 라면 삶기는 오분이면 되니, 삶아진 라면에 고명만 예쁘게 얹으면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낼 수 있지요.

Homemade Ramen

Homemade Ramen

Ramen, from Japan Center

Ramen, from Japan Center

하지만 아주 가끔은 외식이라는 것에 욕심을 냅니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습습한 바람이 부는 추운 날에는 홍대에 있는 하카다분코에 가서 라멘 한 그릇을 하고 왔는데, 런던에서는 그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대신 몇 가지 대안을 찾아 놓았습니다. 국물요리를 먹고 싶을 때 갈만한 런던 맛집 이라고 해야할까요.

가장 쉽게는 런던 전역에 세를 확장 중인 베트남 쌀국수 프렌차이즈인 포PHO. 아주 진한 맛은 아니지만 꽤 먹을만한 쌀국수를 만들어 냅니다. 쌀국수는 이스트런던의 베트남 음식점 밀집지역에 가면 가장 좋겠지만, 이스트런던까지 가기 힘들다면 뱅크 지역에 시티카페도 훌륭합니다. 조미료가 가득 담긴 진한 육수에 부드러운 면발을 처음 맛보고는 중독된듯 일주일에 두어번은 먹으러 갔던 기억입니다. 다만 시티카페는 점심시간에만 운영을 하고 대부분 테이크아웃을 해감에도 불구하고 동절기에는 줄이 어마어마합니다. 그 외진 골목에 쌀국수를 먹으려고 정장을 입고 대기 중인 뱅커들을 구경하는 것도 장관입니다.

작년에는 신문의 음식 섹션에 유독 라멘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였습니다. 역시나 웰빙이라는 주제로 다루어졌는데, 진한 육수와 다양한 고명이 그들에게는 건강식으로 다가온 모양입니다. 사실 나트륨 함량이 꽤 많은 국물요리는 자주 먹지 않는다면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가장 주목을 받은 라멘집 중 하나는 글로벌 프렌차이즈로 유명한 이푸도Ippudo였습니다.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지라 오픈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당일이 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토트넘코트로드 뒷편에 있는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진한 돈코츠 라멘에 차슈덮밥이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는지 기대했던 그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런던에서 이 정도의 라멘 맛을 내는 집이 없기에 일단은 합격 점수를 주었습니다.

London, Ippudo

London, Ippudo

London, Ippudo

London, Ippudo

London, Ippudo

London, Ippudo

London, Ippudo

London, Ippudo

그 외에 인기가 좋은 국물요리 레스토랑으로는 소호에 유명한 코야Koya가 있습니다. 우동요리로 유명한 이곳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우동인데, 우동 위에 계란과 베이컨이 올라가 있는 이것을 저도 맛보지는 못했지만 타임아웃이었나요, ‘런던 최고의 아침식사’ 부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한국적인 맛이 그립다면 뉴몰든까지 내려가서 칭기스칸의 짬뽕을 먹고 옵니다. 그렇지만 뉴몰든은 늘 멀게 느껴지기에 그럴 때에는 김치 레스토랑의 육개장을 먹으러 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됩니다.

언제쯤 수선화가 피기 시작할까요. 수선화가 피기 시작하면 봄이 온다는 것인데, 날은 아직 서늘해도 마트에 가서 1파운에 파는 수선화 한 다발을 사다 방 안에 넣어 놓으면 마음만이라고 봄기운이 물씬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 날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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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thor

A Seoul-based freelance writer and researcher working on press and commercial projects. A Culture vulture and art gazer living and loving in London as a temporary Londoner. [email - me@kiinn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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