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근교 여행, 브루톤] 꿈의 예술농장, 하우저앤워스 서머셋 Hauser & Wirth Somer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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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앤워스 소머셋 Hauser & Wirth Somerset

하우저앤워스 소머셋 Hauser & Wirth Somerset

누구에게나 꿈꾸는 삶이 있을테지요. 저는 언젠가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어 여유로운 할머니가 되면 어딘가에 농장을 하나 사서 남편의 사진도 걸어 놓고, 지역의 아이들도 가르치며, 좋은 재료를 직접 길러 음식을 내놓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복합문화공간 쯤으로 불릴테지만, 그 이름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냥 또 하나의 하우저앤워스 서머셋을 만들고 싶다고 하겠습니다.

관심이 많다보니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나거나, 시장 조사를 위해 타국으로 출장을 다닐 때마다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이름붙은 공간은 모조리 찾아다녔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외곽의 요리 서점 쿡앤북cook & Book, 오스트리아의 박물관 단지 앰콰트르MQ,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영화 박물관 EYE, 런던의 (지금은 문을 닫은) 와핑 프로젝트 등 너무나 멋진 공간이 많았지만 단연 최고는 바로 이곳, 하우저앤워스 서머셋입니다.

글라스톤베리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서머셋이지만, 이 동네는 사실 DFLs(Down From London)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리니까 런던에 살다 전원생활을 꿈꾸게 된 사람들이 은퇴 후 정착하거나, 런던에 집을 두고도 제2의 집을 마련하여 오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서머셋 지역에서 특히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브루톤(Bruton)은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탑 갤러리로 떠오른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의 창업자 가족에게 한껏 사랑받는 마을이기도 하지요. 4명의 아이를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었던 아트 비즈니스를 하는 부부는 괜찮은 사립학교가 있는 전원마을을 찾다가 2007년 서머셋의 브루톤의 매력에 빠져들어 오래된 농장 부지를 사들이고, 기어이 그곳에 하우저앤워스 서머셋이라는 이름의 갤러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갤러리,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뻔한 갤러리가 아닙니다.

런던에서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세시간, 차로는 열심히 달려서 두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브루톤. (가는 길에는 그 유명한 스톤헨지도 지납니다.) 그리고 기차역에서 걸어서 오분 거리에 위치한 하우저앤워스 소머셋에 들어서면 일단 놀랄 것입니다. 한참을 인적 드문 초원을 가로 질러 왔는데 주차장 가득한 자동차들과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가득매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사람 보기가 어려운 주변과 달리 이 마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는 확신이 서는 이곳은 그래서인지 더욱 활기찹니다. 이 동네 쿨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잇 플레이스 아니냐며 농담을 던졌지만 사실 부러움이 더 컸습니다. 그 흔한 ‘로컬 문화 센터’라는 단어를 얼마나 놀라운 공간으로 변화시켰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 이 세계 어느 곳에도 이같은 갤러리는 없을 것입니다. 농장과 갤러리가 환상적으로 조합된, 자연과 예술을 이처럼 멋지게 즐길 수 있는 예술공간 말입니다.

브루톤 지역의 상징을 넘어 자부심이 되고 있는 이 갤러리는 이만저만 공을 들인 것이 아닙니다. 25만평 규모의 더슬래이드(Durslade’s ) 농장을 사들인 하우저앤워스는 5개의 전시 공간과 함께 예술 교육장, 아트북을 파는 작은 서점과 식료품점, 레스토랑을 함께 만들고 건물 뒤에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예술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이들이 사들인 더스래이드 농장은 영국 문화부로부터 2급 보존건물(Grade II Listed)로 지정된 건축적, 역사적으로 중요 건물이며 조니뎁 주연의 <초콜릿>에도 등장했던 곳입니다. 문화부에 지정된 건물인만큼 당국의 허가 없이는 철거, 확장, 변화를 시킬수 없었던지라 본래 건물의 모습을 살리면서 갤러리화 시키다보니 여타 갤러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돼지우리, 마구간, 외양간이던 전시장에 설치된 유명 작가의 설치물이나 조각,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을 먼저 상상해 보시지요. 특히 리움에도 설치되어 유명한 작고한 설치예술가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의 거미는 갤러리 건물에 둘러쌓인 중정을 지키고 있습니다.

농장의 한쪽편에 위치한 아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실에는 늘 마을의 아이들이 전문가에게 미술 교육을 받고 있으며, 방문객도 미리 요청을 하면 가족 예술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곳이 ‘예술 농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지 농장을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실제로 갤러리 소유의 건물 뒤편 농장에서 기른 소와 양, 돼지 등의 우유와 고기, 가죽 등 갤러리의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에 공급됩니다. 하우저앤워스 소머셋 안의 명물인 레스토랑, 로스바앤그릴(Roth Bar & Grill)의 음식은 가격대비 꽤 훌륭한데 공급되는 식재료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팀도 믿을만합니다.

갤러리 뒤편의 예술 정원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공간입니다. 버려진 고가 철로를 개조해서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시킨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디자인한 네덜란드 조경 디자이너 피에 우돌프(Piet Oudolf)의 작품이기 때문이지요. 잘 가꾸어진 장미와 수국이 그득한 귀족적인 비밀의 정원스러움은 없지만, 사계절 내내 그 지역의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식물들을 배치한 자연스러움에 반할만한 아담한 정원입니다.

갤러리에 와서 예술 작품만 감상하고 갈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력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하게되고, 좋은 음식을 맛보고, 아름다운 꽃과 초원을 활보하는 동물들을 지켜보며 반나절은 충분히 자연과 함께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곳. 나아가 그들이 선정한 아티스트를 갤러리 근처 레지던시에 일정기간 머물게 하며 생활과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갤러리에 전시하는, 하나의 거대한 하우저앤워스 월드를 구축해냈습니다.

런던에서 하루 당일치기 코스로 다녀오기 좋은 이곳은, 미술/예술 등을 주제로 여행하시는 분에게 정말이지 강력추천 합니다. 날이 좋은 날에 다녀오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작품의 퀄리티나 전원의 아름다움, 맛좋은 음식… 모든 것이 갖추어진 제겐 너무 완벽한 갤러리였습니다. 또 하나, 작년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작품이 이곳 정원에 들어온다는 놀라운 소식마저 들으니, 하우저앤워스가 ‘넥스트 구겐하임’으로 불릴만하다는 가디언의 기사가 ‘진실’로 다가오는듯한 느낌입니다.

 

+ 관련글 1 : 스밀한 라딕의 2014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모습

+ 관련글 2: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하우저앤워스 소머셋 Hauser & Wirth Somerset

하우저앤워스 소머셋 Hauser & Wirth Somer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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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thor

A Seoul-based freelance writer and researcher working on press and commercial projects. A Culture vulture and art gazer living and loving in London as a temporary Londoner. [email - me@kiinn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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